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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빌딩- 태허조사스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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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묘각사 댓글 0건 조회 4,537회 작성일 12-12-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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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차를 탄 연유로 서울 역에 내려서니 이른 아침이다. 그렇게 바쁠 것도 없어 집찰구를 천천히 빠져나오니, 서울이 초행인 듯한 두 사십대의 시골 양반이 맞은 편 대우빌딩을 부러운 눈빛으로 한참이나 바라보고 서 있다.
나도 그들 옆에 가 웅장한 구조의 빌딩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 사람이 나에게 질의의 화살을 날려 온다.
「웅장하지요?」
「웅장해 보여도 별 수가 없는 것 아니오. 그렇다하더라도 별수가 없을 수가 없을 수밖에. 당신들은 저 빌딩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소?」
「그야 우리 같은 사람은 저런 곳에 하루만 살아봐도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스님은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난 방금 무슨 별 생각이 있겠소. 진시왕의 아방궁도 사라지고 만리장성도 허물어져 가기 마련인데, 저것인들 저기 있는 거라고 얘기할 수가 있겠소. 보이지 않는 얼굴인 바람은 스러졌다 일어남을 거듭하지만 형상은 사라져갈 물거품 아니오. 그렇건만 믿고 매달리는 정경들이 하도 안타깝고 딱해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오.」
더 서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말을 끝마친 그대로 차타기 위해 그들이 선 자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몇 미터 쯤 떨어져 나왔을까. 무심히 걷는 나의 등 뒤로 달려와 고막에 스며드는 소리. 그것은 그들의 목소리였다.
「그것참 이상한데…….」
「뭐가 이상해?」
「분명히 껍데기는 우리와 같은 사람인데…….」
「아니 이 사람아. 스님도 사람이고, 부처님도 그 형상은 사람 아닌가.」
「그런데 내용은 우리와 확실히 다른 데가 있잖은가.」
「허허 이 사람 보게. 그것이 무지한 우리 중생과 그렇지 않은 스님의 차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드니, 완연한 아침이 코끝에 와 스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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